Featured image of post 조지 오웰 뒤에서

조지 오웰 뒤에서

[!INFO] 책 정보

  • 저자: 저자/애나_펀더
  • 번역: 번역/서제인
  • 출판사: 출판사/생각의힘
  • 발행일: 2025-08-07
  • origin_title: Wifedom- Mrs. Orwells Invisible Life"
  • 나의 평점: 10
  • 완독일: 2025-09-07 00:00:00

조지 오웰 뒤에서

1. Befor Qustion

2. Synopsis (개요)

2.1 저자 - 애나 펀더(Anna Funder)

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국제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호주 정부에서 재직했습니다. 그녀의 작품으로는 《슈타지랜드Stasiland》와 《올 댓 아이 엠All that I am》이 있으며, 《조지 오웰 뒤에서》는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서제인 번역가는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노마드랜드》 등 다수의 작품을 번역했습니다.

2.2 주제

2.3 기획 및 지필 의도

2.4 주요 등장 인물

2.5 전체 줄거리

3. After My Idea

3.1 Insight

3.2 After Qustion

  • (why) 이 책의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 (how)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어떻게 하라고 하는가? 어떻게 해야하는가?

  • (where) 어느 곳에서 쓴 책인가? 어느 것을 위해 쓴건인가? 어디로 가야하는가? 어디에서 읽어야 하나? 그곳은 어떤 곳인가?

  • (when) 이책은 언제 쓰여졌는가? 시대적 배경은 무엇인가? 언제를 기준으로 쓰였는가? 언제 할것인가?

  • (who) 저자는 누구인가? 주인공은 누구이고 어떤 사람들이 나오나? 누구를 위해 저자는 말하는가?

  • (why) 이책을 통한 질문을 만들기

    • 질문 1.
    • 질문 2.
  • (what) 이 책에서 말하는 주제라는 무엇?

    • 알게된 것은 무엇인가?
    • 해야할건 먼가?
    • 다른 책과 다른 점은 먼가?
    • 이 책의 특징은 먼가?

3.3 Top 3 Highlight

4. Key Word 책에서 뽑은 키워드 정리

__index_키워드

4.1 조지 오웰

  • 에릭 아서 블레어(영어: Eric Arthur Blair, 1903년 6월 25일~1950년 1월 21일[1])는 조지 오웰(영어: George Orwell)이라는 필명으로 널리 알려진, 인도 제국에서 태어난 영국의 작가이자 언론인이다. 명료한 문체로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과 민주사회주의에 대한 지지를 표한 것으로 유명하다.[2][3]
  • 아버지 - ㅇㅇ
  • 여동생 에이브릴

33 오랫동안 오웰의 글을 사랑해 온 나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7 " 도덕 적인 힘,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빛, 암흑을 뚫고 나갈 길을 보여주 는 존재로 묘사되는 사람에 관해 알게 되는 것이 기뻤다. 나는 오 웰이 1910년대에 보낸 어린 시절, 그가 이튼 칼리지에서 보낸 나날 들, 그리고 버마에서 경찰관으로 보낸 젊은 시절에 관해 읽었다. 그 가 1936년에 아일린 오쇼네시와 결혼했고, 스페인 내전에서 파시 스트들에 맞서 싸웠으며, 그런 다음 런던에 거주하며 파시스트들의 폭격을 견더내는 한편으로 걸작 <동물농장>을, 그 뒤에는 디스토 피아를 담은 놀라운 작품 < 1984)를 썼다는 이야기도 읽었다.

아일린 오쇼네시 - 첫번째 아내

아일린 모드 블레어 ( 1905 년 9월 25일 ~ 1945년 3월 29일)는 영국의 시인 이자 심리학자 로 , 스페인 내전 에 참전했습니다. 그녀는 조지 오웰 (에릭 아서 블레어) 의 첫 번째 아내였습니다 . 제2차 세계 대전 중에는 런던 정보부 검열국과 식량부에서 근무했습니다 .

그녀는 영국 북동부 사우스실즈 에서 태어났습니다 . 어머니는 마리 오쇼네시였고, 아버지는 세관원 로렌스 오쇼네시였습니다. 그녀는 자궁적출술 중 39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

  • 영국 런던에서 오빠 로런스, 오빠 아내 그웨, 어머니와 살고 있었다

아일린의 친구 리디아

리디아와 아일린은 1930년대 초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UCL)에서 함께 심리학을 공부하며 처음 만나서 우정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책에서 언급하듯이, 리디아는 아일린과 조지 오웰의 결혼에 반대했습니다. 특히 총명하고 재능 있던 아일린이 오웰과의 결혼을 통해서 그에게 속박당하는 게 안타까웠겠죠.

리디아는 1960년 8월 「George Orwell’s First Wife」라는 글을 잡지 (The Twentieth Century)에 발표해서 조지 오웰 뒤에 가려진 아일린의 삶을 조명하고, 오웰의 작품에서 그녀의 기여를 재평가하길 촉구했죠. 그러니까, 리디아는 애나 펀더가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의 선구자인 셈이죠.

5.책 밑줄 정리 (책 밑줄 전체,page)

Summery

이 책은 조지 오웰의 아내 아일린 모드 오쇼네시 블레어의 삶을 재조명하며, 그녀가 오웰의 작품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역사 속에서 잊혀진 여성으로서의 그녀의 역할을 부각합니다. 작가 애나 펀더는 아일린이 오웰의 경제적, 정신적 지원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에 대한 지적인 교류와 편집에도 깊이 관여했음을 밝히며, 그녀의 헌신이 오웰의 작품 세계를 창조하는 데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탐구합니다. 이를 통해 가부장적 사회 구조 속에서 여성의 공헌이 어떻게 은폐되고 평가절하되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합니다.

Keyword

#조지오웰 #아일린블레어 #애나펀더 #문학비평 #여성사 #페미니즘 #20세기문학 #가부장제 #작가의아내 #숨겨진영웅

목차

Ⅰ 아내 노릇, 대항 서사

현실의 그에게선 어떤 어색함이, 혹은 다정함이 느껴진다. 두 사람 중 누구도 말로 표현할 수 없겠지만, 아일린은 알 수 있다. 그가 아주 깊은 간극의 건너편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가까워지기를 바라면서도 발을 떼면 그 안으로 떨어져 내릴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32 내가 시작하는 지점은 언제나 누군가를 분병히 편들고자 하는 감정, 무언가가 부당하다는 감각이다. 자리에 앉아 책을 쓸 떄면 나는 ‘이제부터 예술작품을 만들어내야지’ 라고 되뇌지 않는다. 나는 까발리고 싶은 어떤 거짓말이, 주의를 집중시키고 싶은 어떤 사실이 있기 때문에 책을 쓴다.

37 지금은 말할 수 없는 진실들의 시대다. 말할 수 없다는 건. 너무나 흔해서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일단 말이 되어 나오면 이루 말할 수 없이 나쁘다는 뜻이다.

37 엄마 노릇에는 나무처럼 독소를 받아들이고 산소를 내뿜으면서 이세상을 필터링해 견딜만한 곳으로 만드는 일도 포함되는 것 같다

39 이런 감정 상태를 표현할 새로운 단어가 필요하다. 그들의 지성이 우리가 세워놓은 시시한 보호막들을, 밀랍으로 만든 집처럼 허약한 그 보호막들을 산산조각 낼 때 느껴지는 자랑스러움, 그리고 어린 시절을 벗어난 그들이 인간의 삶 속으로, 피도 눈물도 없는 싸움과 나쁜 놈들 천지인 세상으로 들어오는 데서 느껴지는 괴로움. 이 두 가지를 결합해 표현해 줄 단어가.

48 장편소설을 쓰는 건 이제 불가능했다. 그 소설은 편지들을 ‘소재’로 삼아 삼켜버리고, 내 목소리를 아일린의 목소리보다 우위에 두어버릴 테니까. 게다가 아일린의 목소리는 짜릿하다. 나는 아일린을 되살리고 싶었다. 동시에 그를 지워버린,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악한 마술의 속임수를 드러내고 싶었다. 나는 이 작업을 ‘포용하는 소설’을 쓰는 작업이라고 여겼다.

49 아일린을 찾는 작업에는 권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관한 오웰의 글을 읽는 즐거움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아가 아일린을 찾아낸다면 그 권력이 여성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한 여성이 처음에는 가정생활에 의해, 다음에는 역사에 의해 어떻게 묻혀버릴 수 있는지 드러낼 수도 있었다.

61 오웰은 아웃사이더의 위치에서 세상에 접근하는 사람이지만, 그 점과는 어울리지 않게도 상류층 같은 억양으로 말을 한다. 그리고 그는 젊은 작가로서 인생을 건 도박을 하고 있는데, 그가 스스로를 내걸고 있는 이 도박은 사춘기 때의 절친한 친구 재신타 버디콤 에게 털어놓았듯 언젠가 자신이 “유며안 작가"가 될지도 모른다는 도박다.

66 아일린을 만나기 5년 전, 오웰은 영국으로 돌아왔다. 스물다섯 살이 되기 직전이었던 그는 사우스울드에 있는 부모님 댁에 머무르 고있었다. 그러면서 글을 쓰며 할수 있는 가정교사 일자리들을 찾 아냈다. 오웰은 여자친구나 아내가 있었으면 했을 것이다.

  • 사춘기 시절 좋아했던 재신타를 찾아갔지만, 재신타는 오웰은 기억하지못 하는 듯한 어떤 이유론가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
  • 오웰은 친구 데니 스 콜링스Dennis Colings의 여자친구였던 엘리너 자크ceamor]lagues와 도 연애 사건을 일으켰고, 그들은 숲속에서 정사를 벌이곤 했다.
  • 하지만 엘리너는 오웰과의 결혼은 원치 않았는데, 그가 “너무 냉소적 이랄지, 비꼬는 성격이어서"세였다.
  • 오웰은 같은 동네에 살던 도로 시 로저스Dorothy Rogers라는 여성을 스토킹했고, 도로시의 약혼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 오웰을 쫓아버려야 했다.
  • 오웰은 브렌다 살케드와도 사랑에 빠졌다. 브렌다는 “솔직하고 지적이며 독립적인 태도를 지닌” 체육 교사였고, 성직자의 딸이었다.

70 (리스)그는 오웰을 “표면적으로는 너무도 편안하고 붙임성 있는 남자, 유쾌하고, 유머 감각과 재치가 있으며, 사려 깊고 다정한,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남자"라고 여겼다. “나는 그가 속으로는 ‘다루기 곤란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상상할 수 있었다…”

70 오웰에 대한 애정에도 불구하고 리스는 이렇게 했다. “나는 그가 사람의 인격을 평가하는 데 있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다소 둔했거나, 둔해 보였다.” 이는 어쩌면 오웰이 “한 번도 다른 인간을 진정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79 나는 문학을 특히 시를 논하는 그들을 상상해 본다. 오웰은 처음에 시인이 되고자 글쓰기를 시작했고, 아일린은 호수파 시인들을 가장 좋아했다. 어쩌면 아일린은 자신이 그 전해에 썼던 시 한 편을 언급했을지도 모른다. 그 시는 1984년을 배경으로 텔레파시와 세뇌가 성행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79 오웰이 그날 밤 로잘린드의 집에서 바로 알아차렸든 나중에 알아차렸든, 아일린의 흔들리지 않는 고결함과 독립적인 태도,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 그리고 주변인들의 부조리함을 꼬집는 능력은 오웰을 기쁘게 했던 게 틀림없다.

아일린은 오웰이 소중히 여기던, 인간이라는 존재가 “꼭 갖추어야 하는 고상함"을 체현해 놓은 존재였다. 오웰은 작가로 살아가는 동안 이 고상함이야말로 우리가 잘못된 권력에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준다고 떠들어대면서 실은 억압하는 구조에-생각 없이 굴복하지 않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자질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건 오웰이 지니고 싶어 했을 만한 자질이었다.

81 변기가 역류해 앉는 자리며 화장실 안에 오물이 온통 넘쳐흐르자, 오웰은 자신은 그 상황에 대해 그냥 아무것도 못 하겠다고 했다. (그의 건강이 좋지 못한 건 사실이었지만, 누군들 그런 상황에서 상태가 좋았을까 싶다.) 배관공을 부를 돈은 없었다. 아일린은 오웰의 방수 장화를 신고 정원용 장갑을 끼고 양동이를 들고 그 일을 해냈다. 그건 정말이지 노라에게는 말할 수가 없다. 오빠에게도. 리디아에게도. 말하지 않음으로써 오웰을 보호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건지, 아일린은 알 수가 없다.

86 우리 집 꼬마가 내게 몸을 돌린다. “이 모든 게 언제 시작된 거에요?” 아이는 묻는다 “저 사람들이 대학 다닐 때였던 것 같구나.” 나는 말한다 “아뇨, 제 말은, 남자들이 여자들한테 저런 짓을 해온 것 말이에요.” 아이의 창백하고 무방비한 얼굴에는 이것이 남자가 되는 과정의 일부일지 모른다는 공포가 떠올라 있다.

86 그런 다음 접시들을 치우고 나서, 나는 내 텍스트로 돌아간다. 우리 모두가 붙들려 있는 거미둘을, 이 밀랍으로 만든 집을 해체해보려고 애를 쓴다.

가부장제는 이 세상에 5,000년에서 1만 년 정도 존재해 왔다.

“세상은 언제나 남자들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충분해 보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게도 아일린 같은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작가처럼 생각한다는 건 곧 남자처럼 생각한다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건 남성의 관점에서 오웰에게 무엇이 필요했는지, 오웰이 그것을 어떻게 얻어냈는지 보는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여성이자 아내로서의 나는 아일린의 삶이 두렵다. 그 안에서 나는 목숨을 건 투쟁을 본다. 그건 자아를 유지하는 일, 그리고 여성이 갖추면 너무나도 칭찬받는 가부장제적 덕목인 자기희생과 자기말소 경향, 이 두 가지 사이에서 벌어지는 투쟁이다. 자기 희생과 자기말소 성향이야말로 우리의 노력과 시간을 훔쳐가는 기본 구조의 일부다. 아일린은 무엇을 내주었고, 그 대가로 무엇을 감당해야 했을까? (…) 나는 아일린과는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시대 여성들은 동등한 존재라고 불린다. 가정에서 상상할 수 없을만큼 불균형하게 과도한 노동을 하고, 미래 세대를 돌보고, 많은 경우에는 이전 세대도 돌보고 있음에도 그렇다. 말과 현실 사이의 간극. 우리는 이 모든 노력을 보이지 않는 상태로 유지함으로써 그 간극을 만드는 일에 공모하고 있다. 그리고 당신은 그 간극 속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89 너무나 흔해서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일단 말해지면 이루 말할 수 없이 나쁜 진실. 그 진실이란, 아내는 성적인 노동과 가사노동을 무급으로 하는 존재라는 것이었다. 당신은 그 사실을 내게 경고해 주어야 했던 것이다.

그 남자들 중 너무도 많은 수가 우주의 도덕적,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는 사회 구로조부터 혜택을 받았다. 그 구조는 여성의 보이지 않는 무급 노동이 그들에게 창작할 시간을, 따뜻하고 정돈되어 있으며 쿠션은 빵빵하게 부풀려져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90 한 사람이 일할 시간은 다른 사람이 시간을 들여 하는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다.

92 하지만 한 사람의 여성이자 아내로서의 나는 아일린의 삶이 두렵다. 그 안에서 나는 목숨을 건 투쟁을 본다. 그건 자아를 유지하는 일, 그리고 여성이 갖추면 너무도 칭찬받는 가부장제적 덕목인 자기희생과 자기말소 성향, 이 두가지 사이에서 벌어지는 투쟁이다.

94 지구상의 모든 사회는 여성들이 제공하는 무급 노동과 저임금 노동 위에 세워져 있다. 만약 그 노동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그 액수는 10도 9,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돈을 지불하게 되면 부와 권력은 재분배될 것이고, 그렇게 재분배를 하다 보면 가부장제의 자금줄은 말라버리고 이빨은 뽑혀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101 여성의 행위를 누락하는 가장 교묘한 방법은 수동태를 사용하는 것이다. 원고는 타자 치는 사람 없이 타자로 쳐지고, 목가적인 환경은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 없이 존재하고, 스탈린주의자인 추격자들로부터의 도피는 이루어진다. “~하기로 계획되었다”라거나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같은 문장들을 볼 때마다 나는 예민해졌다. 그러기로 계획한 사람은 누구일까? 다칠 수도 있었던 사람은 누구일까?

104 리디아는 “아일린이 에릭 블레어(오웰)와 사랑에 빠졌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내게는 전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남자였다"고 쓴다 …“나는 아일린을 동경했고, 그 애가 무일푼의 무명작가, ‘좀먹은’것 같은 외모에다 누가 봐도 건강이 좋지 않아 보이는 그 사람보다는 나은 누군가를 만나 마땅하다고 여겼다”

106 한편, 오웰은 주중에는 계속 케이와 잤고, 주말은 아일린을 위해 비워놓았다….” 그리고 오웰은 그때까지 그와 섹스하기를 거부했던 또 다른 여자 샐리도 만나고 있었다. 아일린은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 알았을까? 전기 작가 중 누구도 이 점을 궁금해 하지 않는다. 아일린이 계속 모르기 위해서는 그 일이 계속 로잘린드의 아파트에서 벌어져서는 안 됐다. 로잘린드가 아일린에게 말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겉으로는 당신과 사랑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구혼자가 실은 그 시간 내내 다른 사람과 섹스하고 있고, 그러면서 또 다른 사람과 섹스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건 당혹스러운 일일 것이고, 아마도 하나의 신호일 것이다.

오웰과 아일린이 서로를 알게 된 지 10개월이 된 1936년 1월 오웰은 북쪽에 있는 가난한 광업 도시 위건으로 간다. 광부들의 삶을 조사해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라는 놀라운 작품이 될 글을 쓰기 위해서다.

119 글을 쓴다는 건 당신 자신과 망각 사이에 단어들을 쌓아 올림으로써 삶에서 창작이라는 행복을 어렵사리 길어 올리는 것이다.

121 결혼식 사흘 뒤, 오웰은 「코끼리를 쏘다」라는 에세이를 송고한다. 다음 6개월 동안에는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집필하고, 서른두 권의 책에 대한 열두 편의 서평을 쓴다. 그리고 기사도 두 편 쓰는데, 「서점에서의 기억들」과 길고 상세한 기사 「소설을 옹호하며」가 그것이다. 그가 글을 쓰는 동안 아일린은 (그곳에서 두 달이나 머무르며!) ‘끔찍한’ 거주자가 된 이모님을, 넘쳐흐르는 물을, 오물 구덩이를, 가게 일을, 집안일을, 정원 일을, 오웰이 앓는 여러 가지 병을, 닭들을, 염소를 그리고 손님들을 돌본다.

130 리처드 리스 역시 1936년 오웰의 작품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에 주목했다. 하지만 그는 오웰이 결혼하기 전의 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품위와 매력과 유머 감각이 너무도 많은 후기 작품을 장식하게 된” 이런 현상을 설명할 인과관계는 알아내지 못했다. “오웰의 글과 태도 양면에 너무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 이 변화를 좀 더 분명하게 알아차린 몇몇 전기 작가들은 이렇게 쓴다. “오웰의 작가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결혼 생활의 시작과 겹친다는 건 그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거침없는 감정 표현, 관대하고 자비로운 태도,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는 경험도 실상은 복잡하다는 사실에 대한 인정. 오웰의 초기 작품에는 부재했던 이런 요소들이 결혼 후부터 그의 작품에 등장하게 되는데, 이는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아일린의 영향 덕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44 아일린은 “몹시도 그와 함께 스페인에 가고 싶었을 테지만, 당시에는 그게 불가능했다” 아일린은 집에 남아 가게를, 가축들을, 채소밭을, 오웰의 출간 일정을, 교정지들과 갖가지 서신들을 관리해야 한다. 아내는 남자에게 두 개의 섦을 선사한다. 떠날 수 있는 삶과 돌아와 누릴 수 있는 삶을.

146 그런데 지금 아일린은 길들여진 다른 짐승들 틈에 고분고분하게 갇혀 있다. 손종에 관한 어떤 맹세도 하지 않았는데도. 혼자 있는 것과는 또 다른 외로운 느낌이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노라에게 보내는 편지에 쓸 만한 이야기가 아니다. 닭들은 잠들어 있다. 바깥에서는 사방으로 스며든 어둠이 모든것을 침묵시킨 뒤다.

Ⅱ 보이지 않는 투사

조지가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다

154 [동물 농장](동물 농장) 은 스탈린이 러시아 혁명을 배신하고 트로츠키를 박해한 사건을 비틀어놓은 우화다. 1984에는 오웰이 카탈로니아에서 경험한 스탈린주의와 감시의 흔적이 짙게 배어 있다. 감시와 배신이야말로 공포가 사용하는 수단이며, 공포는 곧 전체주의 정권의 토대임을 오웰이 깨닫게 된 것도 이곳에서였다. …오웰은 그 뒤로 평생, 아무리 외딴곳에 있어도, 신분을 숨긴 공산주의자가 자신을 추적해 살해할 거라는 공포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163 리디아의 말에 따르면, 하인을 고용하지 않는 여자는 스스로 하인이 될 수밖에 없다. 리디아는 또 이렇게도 말한다. (리디아는 또 이렇게 말한다) 러시아 혁명은 노동자들을 고용주들로부터 해방시켰지만, 여자들을 남자들로부터 해방시키지는 못했다고.

179 찰스가 생각하기에 오웰은 “의심의 여지 없이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아내가 필요했다.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으로서 말이다. 아일린은 이 말주변 없는 남자가 다른 사람들과 고통하게 도와주었다. 결혼한지 채 일 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아일린은 이미 오웰의 대변인이 되어 있었다.” 정말이지 아일린은 오웰이 “세상을 향해 뻗은 손"이었다.

186 오웰은 보통 세부사항에 신경을 쓰는 편이었지만, <카탈로니아 찬가>에 이 방문에 관해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당신이 생각하기에도 언급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때 오웰은 아일린과 재회했고 아일린은 적의 포화 아래에서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일은 마치 일어나지조차 않은 것 같다. 아일린은 아예 그곳에 있지도 않았던 것 같고 말이다.

214 (조지) 그는 도망친다. 파견단이었던 사람들과 함께 전선으로 돌아간다. 이제는 범죄 단체의 이름이 된 POUM을 버리고 인민군 제29사단이 되어. 공포,의심,증오, 그리고 무장한 채 거리를 해매는 남자들 한복판에 아일린을 남겨둔 채로.

220 오웰은 자신이 받은 병원 치료에 대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데 2,500 단어 이상을 쓰면서도 아일린이 곁에 있었다는 사실은 한번도 언급하지 않는다. 나중에 그 글을 타자로 치면서 아일린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228 (오웰)는 1937년 6월 15일 바르셀로나를 떠난다. (제대증을 받으러) ….그가 떠나던 날, 스탈린은 바르셀로나에 있던 자신의 심복 오를로프에게 POUM을 숙청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오를로프는 스페인 경찰에게 명령을 수행

262 아일린이 스페인에서 보냈던 시간을 퍼즐처럼 맞춰 본 뒤에도 나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나는 < 카탈로니아 찬가)를 두번이나 읽고도 아일린이 거기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던 걸까?

  • 아일린은 정당 본부에서 일했고, 전선으로 오일을 찾아갔고, 부상 당한 그를 돌봤고, 그의 원고를 맥네어에게 건네줌으로써 그것을 지켜냈고, 여권들을 지켜냈고, 호텔에서 체포될 게 거의 확실했던 오일을 구해냈으며, 어떻게든 비자를 받아 그들 모두를 구해냈다. "
  • 그러고도 아일린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책의 전자책 텍스트를 흙어보았다.
  • 오웰은 내 아내’라는 표현을 37회 사용한다. 나는 그제야 깨단는다. 아일린의 이름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 이름 없이는 어떤 인물도 살아날 수가 없다.
    • 하지만 ‘아내’라는 직합에서는 이름이 얼마든지 박탈되어도 무방하다

274 우리한텐 푸들 강아지도 한 마리 있어. 마르크스라고 이름 붙여주었는데, 우리가 마르크스를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는 걸 상기하기 위해서였어. 우린 이제야 마르크스를 조금 읽었는데, 그 사람을 개인적으로 너무 싫어하게 되어버려서 그 강아지한테 말을 걸 때면 얼굴을 쳐다볼 수도 없지 뭐야.

279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알아내기 위해 글을 쓴다.

283 그 상황에서는 사랑하는 친구의 병든 남편과 키스하는 것이 그것을 거부하는 것보다 어째선지 더 쉬인 일이 되어버린다. 그 키스가 아일린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어쩌면 죽음을 부르는 키스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다.

Ⅲ 보이지 않는 노동자

308 (리디아에게) 언제나 당신의 것, 에릭으로 부터

302 (오웰)“그러니까 이제 좀 즐겨야겠어요…딱 한 명만요” (아일린)“나보고 어쩌라고요?” 결혼이란 결국은 방에서 기다리는 일이기도 한 모양이다. 이제 아일린도 그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줄은 몰랐다. …이 일은 노라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일은, 이렇게 무시당하는 일은 표현할 언어는 없다.

316 (오웰) #이중사고 란 한 사람이 머릿속에 두가지 모순된 믿음을 동시에 품고 받아들일 수 있는 혐이다… 그 과정은 의식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충분히 정확하게 수행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또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가짜라는 느낌, 그리고 그로 인한 죄책감이 동반될 것이기 때문이다..그것은 거대한 정신적 기만 체계다.

가부장제야말로 겉으로 보기에는 ‘고상한’ 남성이 여성들에게 함부로 행동하도록 허용해 주는 이중사고다. 식민주의와 인종차별이 겉으로. 보기에는 ‘고상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르도록 허용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남성들이 어떤 행동을 저지르는 동시에 결백할 수 있으려면, 여성들은 인간이어야 하지만, 온전히 인간은 아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가짜라는 느낌, 그리고 그로 인한 죄책감’ 이 밀려올 것이기 때문이다.

317 (오웰) 그는 끝도 없이 여자들을 뒤쫓고 친구들이 놀라워할 정도로 동성애를 혐오하지만, 어쩌면 본인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그의 욕망은 남자들을 향하고 잇었을지도 모른다. 분열된 삶을 살아가기에, 그는 현실을 허울 좋은 표면적 이야기로 보고 그 이면의 또 다른 진실을 찾아 나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자신을 겉과 속이 같은 사람, 혹은 그의 표현대로 ‘고상한’ 사람으로 여기기는 힘들어진다.

318 오웰은 다킨스에 대해 쓴 에세이에서 분명하게 주장한다. 작가가 사적인 삶에서 여자를 학대했다는 사실이 우리가 그의 작품을 읽는 방식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319 남자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글을 쓰고, 그와는 전혀 다른 또 한 명의 인간으로서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상자 속의 여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건 고려 대상이 아니다.

오웰에게 인간의 고상함이란 한 인간이 궁극적으로 통과해야하는 시험이다. 고상함이야말로 전체주의적인, 그리고 다른 잔인한 본능들로부터 우리를 구해 줄 자질이다.

320 #작가 들은 자신에게서 자신이 아는 것들과 알지 못하는 것들을 끌어와 세상에 내보인다.

326 걸작을 만든 사람이 당신이(오웰)이 표현한 것처럼 이렇게 ‘역겨운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요. 아니면 그냥, 아일린은 오웰을 바라본다. “보통의 결함 있는 인간일 수도 있겠죠. 우리는 그런 대가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331 게다가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오웰은 보통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면 전쟁에 반대해 들고일어날 거라고 말한다. 아일린의 생각은 다르다. 정부가 전쟁을 선포하면 사람들은 모두 지지할 거라고 아일린은 오웰에게 말해준다. 이때가 아일린이 오웰의 “남다른 정치적 단순함”에 놀라는 순간이다. 오웰은 아일린의 통찰을 일기에 적어둔다.

334 (오물을 치우고 있는 아일린에게 오웰은 말한다) “차 마실 시간이잖아요. 안 그래요?”

335 조지가 다른 여자들과 섹스하기 위해 자신에게 ‘허락’을 구할 거라고는(예상하지 못했다) 모멸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아일린이 겨우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일이 중요하지 않은 척하는 것이다. …결국 아일린 자신이 중요하지 않은 존재인 척하는 것이다.

344 아일린은 어쨌든 런던에 남아야 한다. 일자리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신설된 정보부 검열과의 상당히 높은 직책이다. 이 부서는 전쟁에 관한 뉴스를 검열해 내보내고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검열하는 두 가지 업무를 모두 책임진다. (…) 오웰은 아일린이 옥스퍼드의 인맥을 통해 그 자리를 얻었다며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덕분이라고 말했다. 마치 그 자리가 그들 두 사람 모두의 생계를 유지할 방책이 아니라 아일린이 받을 자격이 없는 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전기 작가들은 아일린이 앞으로 2년 동안 두 사람 모두를 경제적으로 부양한다는 사실을 한 번도 분명히 밝히지 않는다. 오웰 자신도 그 사실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했다.

347 아일린이 세너트 하우스에서 관여하고 있던 검열(2차대전 ,영국 정보국 관련 회사)이 정확히 어떤 종류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일린이 그곳에서 했던 일, 즉 특정한 진실들을 지우고 순수한 형태의 국가상이 그것들을 대체하게 하는 작업에서 오웰이 영감과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은 있다. 오웰은 아마도 그 건물을 1984에 나오는 진리부(사실은 허위부)의 모델로 삼았을 것이다.

350 아일린은 정보부에서 오웰이 할 수 있는 약간의 프리랜서 일을 찾아준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한 전기 작가는 아일린이 그곳에서 일했으며 아마도 오웰에게 일자리를 얻어주었을 거라는 언급을 피하는 식으로 문장을 써내지만 말이다. “오웰은 이따금 정보부(괴벨스의 선전부에 대한 영국의 대답이었다)에서 일자리를 찾아냈다. 정보부는 런던대학교 세너트 하우스에 본부를 두고 있었는데, 이곳은 『1984』에 나오는 진리부를 구상하는 데 영감을 준 요소 중 하나였다.”

362 (오웰에게)인생이라는 끊임없이 흐르는 혼돈으로부터 원인과 결과를, 인물들과 그들의 운명을 풀어내는 이야기꾼으로서 아일린이 지닌 재능이 필요하다.

삶을 변화시킬 수 없을 때는 아이러니로, 조각난 삶을 다시 한데 엮어내고 싶을 때는 은유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아일린의 재능이 필요하다.(오웰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일깨워 줄 수 있는 로런스가 있었을 때, 아일린은 그런 재능 모두를 오웰에게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로런스가 사라졌다.

로런스(오빠)의 죽음은 아일린에게서 삶에 대한 꿈을 앗아가 버렸다. 그리고 다른 모든 꿈이 그렇듯, 그 꿈 역시 한번 잃어버리면 되찾기 어렵다.

363 아일린은 리디아에게 수없이 말했었다. 조지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자기 작품이 먼저라는 걸 알기에,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오빠였다고 말이다.

당신을 괴롭게 만드는 원인이 당신을 그 괴로움에서 구해줄 수는 없는 법이다.

364 “놀랍게도, 아내가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겪고 있는 와중에 오웰은 브렌다를 대놓고 갈망하고 있었다.”

367 내 고통을 당신 쾌락의 일부로 만들지 말라고요.

377 아일린은 아무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모두가 누군가를 잃었고, 그 슬픔을 용감하게, 혹은 연극적으로 품고 살아간다. 대부분은 용감하게, 즉 드러내지 않은 채 품고 지낸다.

378 중요한건…누군가를 마음속에 품는 일이 지닌 힘이다. 중요한건 그 사람의 미래에 당신에 대한 생각을 심어 놓는 일이다.

390 우리는 우리를 이용하는 체제에 동조하도록 길들여진다. 그러고는 결국 우리가 동의했다고, 기분 나쁘지 않았다고, 심지어는 우리 스스로 원한 일이라고 말하게 된다. 어떤 경우든 우리는 ‘분명 그것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간주되고, 우리가 고통받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일로 남을 것이다.

415 그럼에도 아일린은 오웰 곁에 머무른다. 어쩌면 오웰이 그 수많은 여자들에게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기에 느끼는 연민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웰이 무엇을 써낼 수 있는지 지켜보고 싶은 마음도 여전히 있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416 오웰은 러시아 혁명을 배반하고 새로운 독재 정권을 도입한 스탈린에게 책임을 묻는 에세이를 쓰기로 마음먹는다.

416 리디아는 이렇게 기록한다. “그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동물 농장](동물 농장)의 아이디어가 탄생한 건 킬번의 집에서였다”. 아일른은 그 이야기를 장편소설로, 자신이 매우 좋아하고 한때는 직접 써보고 싶어 하기도 했던 동물이 나오는 우화로 써보라고 제안한다. 오웰이 집필을 시작하자 아일린은 “그 작품이 성공할 거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 보았다고 리디아는 기억한다. 매일 저녁 오웰은 아일린에게 그날 쓴 부분을 읽어주고, 그들은 함께 의견을 주고 받는다. 매일 아침 아일린은 식품부로 출근해 새로 추가된 부분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친구들을 즐겁게 해준다. “커피를 마실 때면 아일린은 그 이야기의 일부를 인용하곤 했어요. 굉장히 흥미진진했죠”

417 [동물 농장](동물 농장)은 3개월 만에 완성된다. 그 작품은 스탈린 수하에서 새로운 지배계급 엘리트들로 무장하고 극악무도한 독재 정권으로 굳어져 버린 러시아 혁명에 대한 1알레고리를 담은 걸작이다. …칼 마르크스를 상징하는 늙은 돼지 ‘메이저’

418 오웰의 발행인인 프레드 바르부르크는 그 작품의 탁월함에 말을 잇지 못한다. 어떻게 “자신의 성격 일면을 그대로 반영한 남자주인공이 등장하는 다소 어두운 소설을 쓰던 이 작가가 갑작스레 날개를 달고 시인이 되었는지”… 토스코 파이벨(전기작가)는 그 작품(동물농장) 뒤에 있는 아일린의 존재를 분명히 알아본다. “오웰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동물농장>이 최고로 정교하게 쓰인 풍자극이라는 사실은 대단히 자주 언급되어 왔다”. 이는 오웰이 그 작품을 “집필 과정에서 아내와 함께” 논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419 우화이자 장편소설이자 풍자극이라는 그 책의 형식 자체가 아일린의 아이디어였다. 아일린은 스탈린과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에세이를 쓰려던 오웰을 설득해 방향을 바꾸게 했고, …[동물 농장](동물 농장)은 아일린의 정신적 깊이와 공감 능력이 오웰의 정치적 통찰과 만나 탄생한 걸작이었다.

Ⅳ 해피 엔딩

426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아일린은 3주 된 그 아기를 병원에서 혼자 데려온다

427 서명해야 할 서류들이 있지만 많지는 않다. 아일린은 이렇게만 하면 한 인간을 넘겨받게 된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430 아일린은 자신이 죽든 살든 상고나없다는 말을 이제는 하지 않는다.

431 그럼에도 오웰은 또다시 그 친밀감에서 도피한다. 아니 어쩌면, 그건 순전히 습관의 위력인지도 모르겠다.

436 (오웰) 아픈 아내를 찾아가거나 자기 아들의 입양 절차를 밟는 대신, 오웰은 아일린(자궁 종양으로 극심한 고통속에 있었다)이 혼자 법원(입양)을 마주하게 두고 15일에 갑자기 프랑스로 출발한다.

458 전기 작가들은 오웰이 수술비 때문에 화를 낼 거라고 예상하는 아일린의 두려움과 걱정을 대개는 무시한다. 그들은 “조지가 환자 면회를 하는 건 병으로 고통받는 세상의 어떤 사람보다도 더, 한없이 슬퍼 보이는 광경일 테니까요”라는 문장을 아일린이 조지의 면회를 원치 않았다는 증거로 인용하기를 좋아한다. 그들은 이 문장을 마치 아일린이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쓰기라도 한 것처럼 이용한다. 아일린이 오웰에게서 버림받은 현실을 견디기 위해 그 문장을 용감해 보려는 일종의 가면처럼 쓰고 있었다는 사실은 보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오웰이 아일린을 버린 것조차 아일린의 책임이 되어 버린다. 한 전기 작가는 이렇게 쓴다. “아일린은 그 모든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사실 내가 그만큼의 돈을 쓸 만한 사람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한 여자가 자신을 방치하는 남자를 위해 대신 변명을 해준다. 그리고 그 다음엔 그 남자의 전기 작가들이 그 변명을 그대로 가져다 쓴다. 이 광경에는 어딘가 소름끼치는 구석이 있다. “가끔씩 아일린은 조지가 자신을 떠올릴지 궁금해진다. 혹은 그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가.”

Ⅴ 사후

486 (리디아) 오웰과 아일린은 서로를 자기파멸로 몰고 가는 일종의 군비확장 경쟁을 벌였던 것 같다. 아일린은 이타심을 통해, 오웰은 자아와 작업이라는 예술가의 탐욕스러운 이중생활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일을 통해 그 경쟁을 이어갔다.

488 오웰은 한 친구에게 이렇게 편지를 쓴다. 아일린의 죽음이 날 뒤흔들어 놓아서 지금은 어디에도 마음을 둘 수 가 없어.

490 오웰은 (사인 규명)보고서를 읽지 못한다. 어쩌면 그 보고서에 수술을 받으러 들어갈 당시 방치되어 있던 아일린의 건강 상태가 상세히 나와 있으리란 걸 알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오웰은 이렇게 썼다 “전체주의는 과거의 끊임없는 변경을 요구한다. 그리고 결국 그것은 아마도 개관적인 사실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불신을 요구할 것이다” 검사 보고서만 읽지 않으면 오웰은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변경할 수 있다.

492 보고서 맨 밑에.. “고인은 심한 빈혈 상태였다”

오웰은 어떤 종류의 정의도 추구하지 않는다. 대신 위안이 되는 허구에 매달린다. 그는 어쩌면 외과의사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아낼까 두려웠던 건지도 모른다.

500 (오웰) 그가 11월에 어느 에세이에 썻듯, “불행하게도, 한 사람의 감정이 정말로 어떤 상태인지 깨닫기 위해서는 종종 어떤 구체적인 사건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그때가 되면 이미 너무 늦어 있다.

508 오웰의 장편소설 작업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느리게 진행 중이다. 더는 아일린의 편지를 꺼내 볼 필요가 없다. 그는 그 편지들을 거의 외우고 있다. “난 당신이 다시 책을 쓰는 게 정말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521 오웰의 시선이 편지에서 편지로 날아다닌다 …그는 아일린의 말들을 읽고 또 읽는다. 마치 새로운 의미들이, 아일린이 보내온 새로운 메세지들이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듯이. 여기 있다. 아일린은 정말로 시골로 가고 싶어 했다. 그건 리처드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래, 그렇다면 시골로 가자

537

삶은 나쁘지만 죽음은 더 나쁘다 조지 오웰, 마지막 노트

#1947년 12월 초 1984 의 초고가 완성된다.

543 2주 뒤, 오웰은 글래스고 근처의 병원에 입원한다. 의사들은 집게 같은 도구로 그의 한쪽 폐의 기능을 정지시키고, 자전거 펌프처럼 생긴 끔찍한 기구로 횡격막에 공기를 주입한다. 그런 다음 항생제인 ‘스트렙토마이신’을 처방하는데, 너무 신약이라 아무도 올바른 복용량을 모르는 상태다. 오웰의 머리칼이 빠지기 시작하고, 손톱은 까맣게 죽어 빠져나오고, 입술에서도 피가 난다. 무시무시한 상황이지만, 오웰은 신경 쓰지 않는다. 이것들 중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 그는 그저 책을 쓸 시간이 더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원고를 읽어 줄 누군가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 일을 해주었던 사람은 이제 없다.

545 #1948년 12월 7일 오웰은 1984 원고를 보낸다.

549 술집에 들어와 처음으로 눈에 띄는 여자에게 닭털을 뽑아달라고 하는 남자라니…“그때는 시키는 일을 그냥 해야 했던 것 같아요…” 세상이 이상한 건 분명하지만, 그 이상함은 이미 현실을 대체해버린 뒤다.

557 (소니아와 결혼)오웰은 행복하다. 몸 상태도 반짝 좋아진다. 그는 원하던 걸 이뤘다. 자신의 꿈과 결혼한 것이다. 그는 소니아를 자신의 문학적 유산 관리자로 지정한다.

종장

책을 쓰는 일은 끔찍하고 몹시 지치는 싸움이다. 고통스러운 병이 일으키는 오랫동안 계속되는 발작 같다. 저항도 이해도 할 수 없는 어떤 악마에게 떠밀리지 않고서야 그런 일을 맡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는 왜 쓰는가> 1946년

한국 독자들을 위한 짧은 해설

573 그렇다면 왜 여성들은 전 세계 어디서나 삶과 사랑과 돌봄에 필요한 이런 노동을 부탁받지도 않고, 감사의 말도 듣지 못한 채 전부 떠안고 있는 걸까요? 이 노동이 ‘좋은 여성’,‘훌륭한 어머니’,‘바람직한 아내’의 정의에 처음부터 내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은 여성들의 무급노동 위에서 굴러갑니다.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나는 (옮긴이) 우리가 이 책을 오웰 한 사람을 규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차별을 만들어내는 구조의 교묘함과 견고함을 돌아보고 우리 자신이 타인에게 행할 수 있는 착취를 두려워하기 위해 읽었으면 한다.

585 오웰은 모든 종류의 권력과 압제와 기만을 혐오하고 인간들이 그로부터 해방되기를 염원하는 작가였지만, 그에게 유독 여성만큼은 그 ‘인간’에 포함될 만큼 동등한 존재가 아니었다. 아일린은 오웰의 여러 작품, 특히 [동물 농장](동물 농장)의 창작에 여러 가지 면에서 지대한 공헌을 했고, 그 공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아일린은 건강과 재정문제로 절실히 도움이 필요했을 때 동반자였던 오웰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주사진 출처

참고문헌

6.읽으면서 떠오른 생각들

  • 39쪽 ,저자가 아내로서, 이시대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분노을 담은 내용

    • 그리고, 그의 아이와 나누는 대화들
    • “나는 자랑스럽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이런 게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의 전형적인 감정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우리의 아이였던 존재들이 세상을 알게 되는 걸 지켜본다. 우리가 15년 넘게 그 애들에게 감추려고 헛되이 애써 온 그 세상을, 세상의 본모습을 바라보는 걸 지켜본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본모습에는 우리도 포함되어 있다.”
  • 이책은, 작가의 분노가 아주 강렬하게 전해진다

    • 작가는 조지 오웰을 보고 이런 감정이 폭팔한것인가?
    • 폭발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치기 위해 소재를 찾던중 오웰이 걸려든걸일까
    • 오웰이 아주 선한? 반듯한? 사람이었다면 어떤 식으로 저자는 책을 서술하게 되었을까
  • 어째되어든, 아내의 삶, 여성의 삶에 대해 묵히고 눌리고 숙성되고 게이지가 넘칠때 까지 숙성된 강력하게 펀치를 받게되는 책이다.

  • 저자 와 몇시간만 이야기하면 영혼까지 털릴듯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도 필요할듯

  • 와… 결핵으로 요양소에서 요양하면서… 아내 친구가 문병을 왔는데…그친구에게 혀를 ㄴ민다…. 그 친구는 그걸또 거절하지 못한다… 두려움 때문에…기가 막힌다.

  • 환자인 아내와 입양한 아들을 버리고 떠나 버린 오웰

  • 아내가 죽자 아내의 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채감하게된다

  • 그는 방향을 잡지 못할때 그녀가 남겨놓은 편지들을 읽는다. 아니 외우고 있었단다.

  • 1984는 아일린이 죽고, 아일린을 그리워하며, 병색으로 고생하며 세상의 끝이라고 말하는 주라섬에서 완성한 작품이다.

  • 오웰은 문학에 인생을 건 인물이였나보다, 557

  • 아일린, 흔적없이 조용히 사라져간 아내…

7. 연관 문서


그믐 강양구님 독후감

조지 오웰의 진짜 모습을 말하기

9월의 어느 주말에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팟캐스트 ‘YG와 JYP의 책걸상’ 청취자 몇몇과 부여를 찾았습니다. 유명한 백제금동대향로와 정림사지오층석탑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부여를 떠나기 전에는 신동엽 문학관도 방문했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금강의 시인은 부여에서 태어나서 집필하던 인연이 있었더군요.

신동엽 문학관에서 시인의 이모저모를 살피다가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문학적 성취와 뗄 수 없는 개인사가 최근에 읽은 책의 주인공과 아주 겹쳤기 때문입니다. 돈벌이에 무능했고, 한국 전쟁 때 얻은 지병을 앓았고, 결국 생계를 아내(인병선 여사)에게 평생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 등.

신동엽 문학관에서 시인과 겹쳐서 떠올린 주인공은 바로 전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흠모하는 팬이 많은 조지 오웰입니다. 맞습니다. 20세기 영문학의 정전에 오른 『동물 농장』(1945)과 『1984』(1949)를 쓴 위대한 작가입니다. 저는 『위건 부두로 가는 길』(1936) 『카탈로니아 찬가』(1938) 등의 르포르타주와 「나는 왜 쓰는가」(1946) 같은 에세이의 팬입니다.

오웰도 시인처럼 일상생활에는 젬병이었습니다. 결혼하자마자 신혼살림을 꾸린 런던 교외의 시골집에서 닭과 염소를 키우고, 작은 잡화 가게를 운영해서 생계를 꾸리고, 틈틈이 남편이 던져주는 초고를 교정 교열하면서 타자 치는 일은 모두 아내 아일린 오쇼네시의 몫이었죠. 심지어 아일린은 수시로 오물이 넘쳐나는 시골 화장실 청소까지 해야 했습니다.

시인의 아내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의 첫 여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 졸업과 이후의 경력을 포기하고 결혼해서 부여로 내려오죠. 아일린도 비슷합니다. 20세기 초반 여학생이 귀하던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나중에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아동 심리학 석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었죠.

아일린도 시인의 아내처럼 석사 과정을 포기하고 첫눈에 반한 오웰과 결혼합니다. 그리고 오웰의 인생 비서가 되어서 병을 간호하고, 원고를 타자 치고, 닭과 염소를 키우고, 화장실을 청소하죠. 만약, 아일린이 오웰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그녀도 석사 과정 동기 리디아 잭슨처럼 존재감 있는 아동 심리학자나 작가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여기까지 읽고서 가부장제에서 남성의 그늘에 가려진 빤한 여성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애나 펀더의 『조지 오웰 뒤에서: 지워진 아내 아일린』을 읽어야 합니다. 아일린은 그저 오웰의 비서가 아니라 『동물 농장』을 포함한 오웰의 수많은 작품에 지분이 있는 일종의 공동 창작자였고, 『카탈로니아 찬가』에 나오는 남편과 동료의 목숨을 구한 영웅이었습니다.

“늦지 않게 편지 쓰던 습관을 결혼하고 첫 몇 주 동안 잃어버렸나 봐. 에릭(조지 오웰)이랑 너무도 끊임없이, 정말이지 격렬하게 싸워댔거든. 살인이나 별거가 성사되면 편지를 딱 한 통만 써서 모두에게 보내는 편이 시간 절약이 되겠다는 생각까지 들지 뭐야.”

2005년 아일린이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노라 사임스 마일즈에게 보낸 여섯 통의 편지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편지에는 아일린이 오웰과 결혼해 살았던 1936년부터 1945년까지의 시간이 담겨 있죠. (아일린은 1945년에 그가 아주 큰 영향을 준 『동물 농장』이 나오기 5개월 전 돈을 아끼느라 싸구려 수술을 받다가 목숨을 잃습니다.)

앞에서 인용한 내용은 아일린이 결혼 6개월쯤 후에 친구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에 담겨 있습니다. 읽자마자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아일린의 성정을 짐작하게 하는 문장들이죠. 애나 펀더는 이 여섯 통의 편지와 추가 취재를 뼈대 삼아서 또 그간 나온 여섯 편의 신뢰할 만한 오웰 평전과 한 편의 아일린 평전을 비판적으로 독해하면서 『조지 오웰 뒤에서』를 써나갑니다.

펀더는 우선 그동안 오웰의 평전 저자들이 의도적으로 누락하고 축소한 아일린의 역할을 복원하는 데에 공을 기울입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오웰의 글에 생기 있는 유머가 깃든 이유를, 『동물 농장』이 건조한 정치 비평이 아니라 동물이 등장하는 우화로 완성된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죠. 심지어 『1984』 전에 이미 아일린이 쓴 디스토피아 시 「1984」가 있었습니다.

펀더가 공을 들여 쓴 2부(‘보이지 않는 투사’)에서는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아내”로만 소극적으로 등장하는 아일린이 사실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실제로 했던 중요한 역할을 복원합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오웰은 아일린의 활약 덕분에 스페인에서 두 번 목숨을 구했습니다. 아일린이 없었더라면 『동물 농장』도 『1984』도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일단 이 질문부터 던져봅시다. 평소 자기가 좋아하고 흠모했던 작가가 알고 보니 (말 그대로의) “난봉꾼, 강간범, 교활한 겁쟁이, 착취자”였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다면 여러분은 어떨 것 같습니까? 그가 살았던 20세기 초중반이라는 ‘시대적 한계’를 염두에 두고서 그냥 못 본 척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의 ‘참모습’을 아는 데서 다시 시작해야 할까요?

애나 펀더는 『조지 오웰 뒤에서』 곳곳에서 바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저도 처음에는 여성학자 정희진이 추천사에서 “난봉꾼, 강간범, 교활한 겁쟁이, 착취자”라고 쓴 부분을 읽고서 설마,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웰의 어떤 모습은 분명히 저랬습니다.

오웰은 마음이 가는 여성이 있으면 결혼 전이든 후든 우선 덮쳐서 강간하고 보는 도저히 변명할 수 없는 행태를 반복했습니다. 펀더는 그간 오웰의 평전 저자들이 이 범죄 행각을 은폐하고자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고발합니다. 아내의 친구(리디아)를 포함해서 결혼 후에도 수많은 여성에게 지분거린 일이야 계속되는 강간과 강간 미수를 염두에 두면 작은 일탈이죠.

저자는 이런 폭로가 오웰을 “취소(cancle)”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해설에서 강조합니다. 지금처럼 “전체주의와 감시와 독재 정치가 힘을 얻는 시대에” 그의 작품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언급하고요. 그가 만든 ‘이중사고’ 개념의 한 사례가 “한 남자가 여자들에게 심한 행동을 하고도 여전히 고상한 인간으로 여겨질 수 있게 허락해 주는” 가부장제라고도 지적하죠.

하지만 이 책의 독자는 분명히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 같은 중요한 질문을 떠올릴 거예요. 또 이 책을 통해서 본 오웰의 ‘참모습’과 아일린의 이바지를 염두에 두고서 그의 작품을 다시 읽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자가 말한 대로, “문학은 공감과 통찰, 기쁨 그리고 진실을 드러내는 행위로 이루어진 작업”이니까요.

공교롭게도 2023년 1월에 리베카 솔닛의 『오웰의 장미』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기획회의> 576호). 솔닛은 오웰의 팬으로서 오웰에게 ‘장미’와 그것으로 상징되는 일상이 가지는 의미를 이 책에서 감동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저는 그때 솔닛의 『오웰의 장미』를 여러분에게 강력하게 읽기를 추천했었죠.

지금도 그 추천을 번복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솔닛이 『오웰의 장미』에서 강조했던, 오웰이 찬미했던 그 일상의 대다수는 사실 아일린의 몫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겠습니다. 그러니까, 오웰과 아일린의 시골집에 피었던 지금까지 남아 있는 장미를 실제로 키웠던 사람도 아일린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고약한 질문도 해봅니다. 솔닛도 이 책의 모티브가 된 여섯 통의 편지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심지어 첫 번째 편지에서 앞에서 소개한 똑같은 내용을 인용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오웰의 그늘에 있는 아일린에게 눈길을 주는 데에까지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드러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입니다


    1. 표면적인 이야기나 묘사 뒤에 어떤 정신적·도덕적 의미가 암시되어 있는 비유. 가령, 오웰(G. Orwell)의 `동물 농장’은 독재 정치에 대한 알레고리를 담은 소설임. 풍유(諷諭).
     ↩︎
continue
Hugo로 만듦
JimmyStack 테마 사용 중